낙서같지만 '억' 소리나는 작품입니다

입력 2024-03-21 09:09   수정 2024-04-01 06:12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에 에디 마티네즈(47·사진)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낙서 같다. 하지만 미술시장에서의 인기는 뜨겁다. 작품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데도 그의 작품은 물감이 마르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웬만한 컬렉터들 집에는 마티네즈 그림이 한 점씩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마곡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마티네즈의 개인전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는 그 이유를 직접 알아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2005년부터 최근 작품까지 그의 시기·주제별 작품 30여점이 나와 있다. 작풍은 추상표현주의나 ‘검은 피카소’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그라피티 작가 장미셸 바스키아를 연상시킨다.

얼핏 보면 ‘나도 그리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그림을 그려 보면 마티네즈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캔버스를 채우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항상 펜과 종이를 들고 다니며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노력, 생동감과 해방감을 연출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색과 재료 덕분이다. 그의 작품이 낙서를 연상시키는 건, 파블로 피카소가 인간 본연의 순수한 미감을 추구하면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미술계는 해석한다.


작가의 ‘화이트아웃’ 연작 중 하나인 높이 3m, 폭 6.7m의 대작 ‘은하계 같은 풍경 - 로지아(Loggia)에서 바라보다’(2023)도 그런 작품이다. 키우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슬픔을 담아 그린 작품으로, 그림을 그리다 흰색을 덧칠한 뒤 다시 색을 입혀 아련한 느낌을 연출했다. 마티네즈는 “선 위에 흰색이 칠해졌을 때 색다른 효과가 난다는 걸 발견한 뒤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만다라를 모티브로 한 작품도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만다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잘 모르지만 만다라의 여러가지 모양과 색을 넣을 수 있는 구조물 같은 생김새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한국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마티네즈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그림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처럼 마티네즈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경쾌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 열린 그의 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편이고, 제작연도와 주제가 다양한 데다 시원시원한 대작이 많다는 게 전시의 장점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핫한’ 작가인 마티네즈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보게 된다. 반면 작품 속에 숨은 심오한 철학이나 깨달음, 벅찬 감동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는 전시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관람은 유료.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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